오석 이성균 ‘悟石展’ : 검은 매화,
그리고 흙으로 빚은 봄

봄은 꽃보다 향기로 먼저 온다고 했던가. 아직 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이 계절, 갤러리 일지의 문을 열면 묵직하고도 아찔한 봄의 전령을 마주하게 된다.
10일부터 열리는 오석 이성균 화백의 ‘오석전(悟石展)_검은 매화’는 단순히 꽃을 그린 그림이 아니다. 그것은 붓끝에서 피어난 붉은 혼이자, 내 영혼을 홀리는 깊은 향기의 농담(濃淡)이다.
전시장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 흑매다. 세상의 빛이 사그라드는 해 질 녘, 혹은 구름이 짙게 내려앉은 날에만 비로소 그 진가를 드러낸다는 꽃. 붉다 못해 검게, 검다 못해 다시 붉게 타오르는 그 꽃봉오리들이 화폭 위에서 숨을 쉰다. 이성균 화백의 붓질은 때로는 여린 봄바람 같다가도, 때로는 휘몰아치는 비바람처럼 강렬하다. 그 오묘한 먹의 농담 속에서 피어난 흑매는 ‘죽어서도 변치 않을 붉은 마음’이라는 말처럼, 보는 이의 가슴에 지워지지 않을 인장을 찍는다. 화엄사 각황전의 검게 바랜 기둥 곁에서 맡았던 그 짙고 깊은 향기, 천 년을 이어온 그 ‘암향(暗香)’이 그림 밖으로 배어 나오는 듯하다.
세월을 견딘 기품, 고매古梅와 여백의 미학
화백이 그려낸 매화나무는 매끈하고 젊은 나무가 아니다. 껍질은 거칠고, 줄기는 뒤틀려 있으며, 곳곳에 이끼가 낀 ‘고매(古梅)’다. 그 구불구불한 가지가 허공을 가르는 모습은 기이하면서도 역동적인 ‘괴(怪)의 미학’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전시가 주는 가장 큰 울림은 옛 선인들이 사랑했던 ‘매화 사귀梅花四貴’의 덕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지점에 있다. 그는 꽃을 가득 채우는 대신, 듬성듬성 피워내어 ‘희소稀少’의 미를 살렸다. 그 절제된 붓질 사이로 드러나는 광활한 여백은 보는 이의 숨을 턱 막히게 할 만큼 고요하고도 깊다. 늙고 야윈 가지 끝에 매달린 꽃봉오리는 곧 터질 듯한 생명력을 머금고 있어, 정지된 그림 속에서 흐르는 시간을 느끼게 한다.
먹의 검은 빛과 유약의 검은 빛이 서로를 비추며 만들어낸 고혹적인 분위기
이성균 화백의 시선은 매화에만 머물지 않는다. 난필(亂筆)에 가까운 거친 터치로 담아낸 통도사 영축산의 장대한 기운, 거대한 폭포수 옆에 위태로이 그러나 평온하게 자리 잡은 집, 검은 터치 속 오렌지빛으로 익어가는 호박과 점점이 피어난 수국까지…. 동적인 에너지와 정적인 고요함, 동양의 정신과 현대의 미감이 그의 붓끝에서 자유롭게 춤춘다.
“사람들이 색이 곱다 칭찬해주길 바라지 않고, 다만 맑은 기운이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바랄 뿐이다.”
옛 시인의 노래처럼, 이성균 화백은 화려한 색채 대신 맑은 기운(淸氣)을 화폭에 담았다. 봄은 멀리 있지 않다. 거칠지만 세련된 붓의 흔적을 따라, 검은 도자기의 곡선을 따라,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그 그윽한 매화 향기에 취해보고 싶다면, 지금 갤러리 일지로 발걸음을 옮겨보시라.
출처 : 차와문화(https://www.teaculture.co.kr)
https://www.teacultur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352
오석 이성균 ‘悟石展’ : 검은 매화,
그리고 흙으로 빚은 봄
봄은 꽃보다 향기로 먼저 온다고 했던가. 아직 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이 계절, 갤러리 일지의 문을 열면 묵직하고도 아찔한 봄의 전령을 마주하게 된다.
10일부터 열리는 오석 이성균 화백의 ‘오석전(悟石展)_검은 매화’는 단순히 꽃을 그린 그림이 아니다. 그것은 붓끝에서 피어난 붉은 혼이자, 내 영혼을 홀리는 깊은 향기의 농담(濃淡)이다.
전시장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 흑매다. 세상의 빛이 사그라드는 해 질 녘, 혹은 구름이 짙게 내려앉은 날에만 비로소 그 진가를 드러낸다는 꽃. 붉다 못해 검게, 검다 못해 다시 붉게 타오르는 그 꽃봉오리들이 화폭 위에서 숨을 쉰다. 이성균 화백의 붓질은 때로는 여린 봄바람 같다가도, 때로는 휘몰아치는 비바람처럼 강렬하다. 그 오묘한 먹의 농담 속에서 피어난 흑매는 ‘죽어서도 변치 않을 붉은 마음’이라는 말처럼, 보는 이의 가슴에 지워지지 않을 인장을 찍는다. 화엄사 각황전의 검게 바랜 기둥 곁에서 맡았던 그 짙고 깊은 향기, 천 년을 이어온 그 ‘암향(暗香)’이 그림 밖으로 배어 나오는 듯하다.
세월을 견딘 기품, 고매古梅와 여백의 미학
화백이 그려낸 매화나무는 매끈하고 젊은 나무가 아니다. 껍질은 거칠고, 줄기는 뒤틀려 있으며, 곳곳에 이끼가 낀 ‘고매(古梅)’다. 그 구불구불한 가지가 허공을 가르는 모습은 기이하면서도 역동적인 ‘괴(怪)의 미학’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전시가 주는 가장 큰 울림은 옛 선인들이 사랑했던 ‘매화 사귀梅花四貴’의 덕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지점에 있다. 그는 꽃을 가득 채우는 대신, 듬성듬성 피워내어 ‘희소稀少’의 미를 살렸다. 그 절제된 붓질 사이로 드러나는 광활한 여백은 보는 이의 숨을 턱 막히게 할 만큼 고요하고도 깊다. 늙고 야윈 가지 끝에 매달린 꽃봉오리는 곧 터질 듯한 생명력을 머금고 있어, 정지된 그림 속에서 흐르는 시간을 느끼게 한다.
먹의 검은 빛과 유약의 검은 빛이 서로를 비추며 만들어낸 고혹적인 분위기
이성균 화백의 시선은 매화에만 머물지 않는다. 난필(亂筆)에 가까운 거친 터치로 담아낸 통도사 영축산의 장대한 기운, 거대한 폭포수 옆에 위태로이 그러나 평온하게 자리 잡은 집, 검은 터치 속 오렌지빛으로 익어가는 호박과 점점이 피어난 수국까지…. 동적인 에너지와 정적인 고요함, 동양의 정신과 현대의 미감이 그의 붓끝에서 자유롭게 춤춘다.
“사람들이 색이 곱다 칭찬해주길 바라지 않고, 다만 맑은 기운이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바랄 뿐이다.”
옛 시인의 노래처럼, 이성균 화백은 화려한 색채 대신 맑은 기운(淸氣)을 화폭에 담았다. 봄은 멀리 있지 않다. 거칠지만 세련된 붓의 흔적을 따라, 검은 도자기의 곡선을 따라,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그 그윽한 매화 향기에 취해보고 싶다면, 지금 갤러리 일지로 발걸음을 옮겨보시라.
출처 : 차와문화(https://www.teaculture.co.kr)
https://www.teacultur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352